한국 간호사들이 미국으로 떠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 5년간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 간호사 수가 7배나 증가하며 의료계 안팎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높은 연봉과 주 3일 근무제 등 매력적인 근무 환경, 그리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이 이들을 대서양 건너편으로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2025년 1분기만 해도 미국 간호사 국가시험(NCLEX) 응시자 중 한국인이 1,758명에 달하며 연간 최대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연봉과 삶의 질을 챙길 수 있는 기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고강도 근무를 경험한 간호사들이 미국행을 선택하며, 최소 한국 연봉의 2배, 전문 분야에 따라 3~4배에 달하는 보상에 주당 36시간 근무와 넉넉한 휴가까지 더해지니 이민을 망설일 이유가 줄어든다.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려면 NCLEX 합격이 필수인데, 이 시험은 ‘미국행 티켓’으로 불리며 응시를 준비하는 한국 간호사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NCLEX 학원들은 작년보다 수강생이 40% 늘었다고 밝히며,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간호사들이 주 고객층이라고 전했다. 합격 후에는 취업 비자(EB-3)를 통해 미국 병원에 입사할 수 있고, 평균 6개월에서 1년 안에 현지 취업이 가능하다. 이런 이민 붐은 한국 간호사들의 일방적인 선택만이 아니다. 미국 병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간호사 부족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미국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약 20만 명의 간호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간호사들은 높은 전문성과 빠른 적응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한국 간호사를 대상으로 채용 박람회를 열거나 비자 비용 전액 지원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뉴욕의 한 병원 인사 담당자는 한국 간호사들이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해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인재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텍사스와 플로리다 병원들은 한국어로 된 채용 공고를 내걸기도 했다. 물론 이 여정이 모두에게 장밋빛은 아니다. 초기에는 언어 장벽과 낯선 의료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미국 병원에서 요구하는 영어 실력은 IELTS 6.5 이상 또는 TOEFL 80점 수준이라 준비 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늘며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낮은 보상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계속된다면 이 물결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미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간호 인력난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현재, 이 현상은 아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간호사들의 선택이 세계 의료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